* 부모 이름: 문종원, 전미숙


* 자녀 이름: 문경준


* 이메일 주소: qwae@naver.com


* 편지 내용:

"어이구 이쁜 내 새끼.."

아빠가 사랑스런 너를 부를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인데, 경준이 넌 대뜸 이렇게 반문하더구나...

"아빠! 아빠는 왜 나한테 욕을 하는 거야? '새끼'라는 말은 욕이야. 아빤 나보고 욕하면 안된다고 해놓구선..."

아빤 턱 하니 말문이 막혔지만, 욕이 아니라는 말은 해주어야 했기에 이렇게 대답했단다.

"어... 그게 말이야. 엄마, 아빠가 너에게 "새끼야" 라고 말하는 건 욕이 아니야.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면 욕이 되지만..."

그래도 넌 이해를 못하였던지 답답하다는 듯 나에게 충고하는 투로 말하였다.

"아빠... 참...그건 욕이야. 욕이라고...선생님도 그랬단 말이야..."

아빤 그 때 더 이상 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할지 몰랐는데,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좀 해주면 "내 새끼" 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으려는지...

아빠도 말이야... 아주 오래 전에는 너 만 했을 때가 있었단다. 좀 부끄럽긴 한데, 너처럼 개구쟁이였고, 말썽도 많이 피웠지.

아빠의 아빠, 엄마... 그러니까 너에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는 건데, 어릴 때는 무척 가난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무지 바쁘고 고단하셨단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아빠의 엄마의 엄마...그러니까...음... 네 할머니의 엄마에게 나와 삼촌을 맡겨 두곤 하셨어.

사실 그 때 나와 삼촌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곁을 떨어진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은 일이었지...방학이라서 좋았다기 보다, 아빠의 외할아버지 집에 간다는 게 더 즐겁고 기대되고 그랬단다.

할머니는 꼭 우리를 외갓집에 보내기 전에 큰 대야에 따뜻한 물을 아빠의 빼꼽정도 올 만큼 담아 우리를 목욕시켰고, 새 옷에, 새 양말을 신꼈단다. 예전에는 양말에 발가락이 튀어나오면 버리는 게 아니라, 기워서 다시 신고 그랬거든... 너무 가난해서 말이야.

아무튼, 엄마의 엄마에게 우리가 잘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애...목욕도 하지 않고, 헌 옷에, 양말에 빵구가 났다면, 아빠의 외할머니는 그런 우리 모습을 보고 많이 슬펐을 거야... 왜냐하면 그건 딸자식이 무척 힘들게 살고, 가난하다는 것을 우리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야...

아빤 그런 것도 모른 채 외가집에 가는 게 마냥 즐겁기만 했단다. 하지만, 나와 삼촌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금방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보고 싶어졌지...

우리의 장난끼가 외갓집이라고 없었겠니? 화가 났을 때 외할아버지의 굵고 높은 목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무서워...그럴 때면 더욱 할머니가 우리를 빨리 데려와주길 바랐었어...

방학이 끝날 무렵 기다리던 아빠의 엄마가 왔는데, 우린 너무 기뻐서 고무신을 신은 체 만 체 할머니를 반겼지...

그 때 나의 외할머니가 할머니를 보시며, "내 새끼 왔나?" 라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아빠도 평소에는 "내 새끼"라는 말이 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눈물을 흘리며 맞이하는 외할머니 모습을 보니 분명 욕이 아니었어.

경준이가 일 주 일 동안 인성스쿨이라는 방학캠프 활동을 가는 첫 날, 아빠가 아침 밥을 못챙겨준게 아빠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고자, 캠프활동을 마치고 오는 너를, 아빠가 회사일을 부랴부랴 끝내고 마중나가던 날, 넌 무척 시무룩해 보였어...아빠가 그 이유를 묻자, 넌 이렇게 대답했었지...

"다른 친구들은 잘했다고 금상, 은상 받고 그랬는데 나는 하나도 못받았다고..."

아빤 그 때 사실 너무 기뻤단다. 너의 아쉬움의 토로는 부모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성숙함의 다른 표현이었으니까 말이야.

"어이구 이쁜 내 새끼... 내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