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이름: 이윤경

* 자녀 이름: 서민교

* 이메일 주소: liahi@naver.com
* 편지 내용:

사랑하는 민교에게 

네게 처음 쓰는 편지인데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게 되는구나

이번 국제중 입시에 탈락해서 무엇보다도 본인이 제일 속상할 텐데 엄마가 더 맘 상한 티를 냈었지.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웃어 보이는 우리 민교한테 “학교 다른 친구들은 붙었던데……” 하고 밀쳐내고, 곧이어 교육청 영재선발에서도 4차면접에서 떨어져 깜짝 놀란 너에게 위로는 못해 줄망정 “요즘 책도 잘 안 읽고 게임에 열중하더니 3차에 붙은 것도 신기했다”며 가시 돋친 말을 해댔구나. 늘 기대이상 해왔던 너였기에 내가 실망한 맘이 커서 긍정적, 낙관적인 너에게 부정적 마인드만 심어준 것 같아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야. 내가 우울한 표정하고 있으면 슬쩍 와서 괜찮아요? 잘될 거예요~ 하며 토닥여 주던, ‘잘될 거야’ 노래를 흥얼거려 웃게 만들던 멋진 아들인데……    

그 동안 민교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독서를 즐기고 교우관계도 좋고 학원, 학교선생님들한테도 항상 칭찬받는 멋진 아들이었지…… 아빠, 엄마 말도 한번도 거스르지 않았고 야단칠 일도 채근할 일도 없게 하고…… 일하느라 바쁘다며, 동생만 챙기는 엄마에게 언제나 뿌듯하고 듬직한 맏아들이었고 미남이기까지 해서 늘 다른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사게 해주었단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란다. 다만 엄마는 네가 자만심에 빠질까 봐, 현실에 안주할까 봐 걱정되어 그런 내색을 잘 하지 않는 거란다. 무엇보다도 네가 무얼 꼭 잘 해내서가 아니라 엄마의 소중한 아들인 것만으로 너를 무척 사랑하고 아끼는 거 잘 알지? 

사실 의대를 원하는 아빠나 최근 의사로 꿈이 바뀐 너에게 국제 중 진학이 도움되는 길은 아니었지만 네가 미국에서 즐겁게 지냈던 경험을 살리고 우수한 친구들, 좋은 선생님과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국제중에 지원했었단다. 또, 더 큰 이유는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이나 왕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게임 등으로부터 너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컷기 때문이야. 지금부터가 너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인데 너는 사춘기에 접어들것이고 주변에는 위해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엄마는 너를 중학교에 보내는 게 많이 걱정되고 두렵단다.

아빠가 네가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도 그쪽이 아빠, 엄마가 제일 잘 아는 분야이고, 조언하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많고, 가능한 인맥을 많이 소개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단다. 공부기간이 길고 힘들고 학비도 많이 들지만 몇 안 되는 오래도록 안정적인 전문직이고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와 일하는 보람, 자부심을 주기 때문이다. 의사는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여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직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나기도 하니까…… 세상 어느 부모도 자식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남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직장에서 잘릴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거든. 하지만 엄마는 네가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기고 그 일을 하고 싶어 한다면 그쪽으로 힘닿는 한 최대한 지원해줄 생각이야. 하고 싶은 것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 그래서 이번 캠프를 알아보게 되었고 아빠도 흔쾌히 네게 도움이 될것 같다며 허락하셨어.